미국의 의료비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당연히 보험료 역시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감기 등 가벼운 질환으로 의사 진료만 몇 번 받은 정도로 응급실이나 입원, 수술 등의 경험이 없거나 직장에서 제공하는 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엄청난 의료비와 보험료를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Monterey County 에 거주하는 한 고객의 가정을 예로 들면, 55세 남편과 52세 아내 그리고 25세, 23세, 21세의 아들이 있는 5인 가정인데 이 가정의 한 달 보험료는 $4,575 이다.흔히 좋은 수입의 기준으로 거론되는 미국의 6 Digit Income 과 한국의 억대 연봉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 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보험료에도 보험회사만을 탓할 수 없는 것은, 보험회사에서 Cover 해야하는 의료비 역시 말도 안될 만큼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2014년 7월 16일 LA Times 에는 한 아이의 1년 의료비가 $21 Million 이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피장파장인 셈입니다.
사실 미국에서 청구되는 의료비는 대부분 실제로 지불되는 비용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의료 보험사에서 청구된 비용을 대폭 삭감한 금액으로 지불하고 있고 보험이 없는 경우 병원과의 협상을 통해 1/2에서 1/5 까지도 Discount 한 금액으로 지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불해야 하는 의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한국 배우 안재욱이 지주막하 출혈로 미국에서 수술 받고 $450,000 의 Bill 을 받았던 사건과 자기 어머니가 58일간 중환자실에 있다가 사망한 후 받은 $1,018,469.29 Bill 을 Facebook 에 공유한 Fina Leong 사건 등은 미국의 의료비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20여 년간 의료보험 Agent 로 일하면서 필연적으로 고객들의 상황을 통해 엄청난 Medical Bill 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는데, 암 투병을 하다가 결국 사망한 두 고객의 경우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며 중환자실에도 장기간 입원해 있었는데 한 사람은 $3 Million, 다른 한 사람은 $1 Million 의 의료비가 청구 됐고, 비교적 가벼운 수술인 담낭제거 복강경 수술 $99,000, 대퇴부 골절 수술 $101,000, 발목 골절 수술 $31,500 등의 Bill 에 대해 상담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911 이후 최악의 불경기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파산했음에도 미국 내 파산 원인 1위가 “의료비 문제”로 전체 파산의 62.1% 라는 하버드대 Research 결과는, 그 Research 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 미국의 의료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Issue 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U.S. The American Cancer Society (ACS) 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2017년 기준) 미국에 암환자가 1,500만 명 있고 매 해마다 170만 명이 새롭게 암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1회 암수술 평균 비용은 $40,000 이고 Chemotherapy 월 평균 비용이 $10,000 그리고 방사선 치료 월 평균 비용이 $12,000 선입니다.
하루 평균 입원비용은 미국 전체 평균으로는 하루 $1,900 이고 캘리포니아 평균은 하루 $2,700 입니다. ICU(중환자실) 하루 평균 입원비용은, 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 $6,700 이고 호흡기를 착용하면 $11,000 입니다.
이렇게 심각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결국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될 것이고 재난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오바마케어였지만, 보험사들의 목숨을 건 로비와 정치 공방에 발목이 잡히면서 가장 핵심이었던 의료수가를 결국 잡지 못하고 오바마케어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수많은 숙제들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의료보험 현실에 대해 시쳇말로 1도 모르는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면서 자신의 당에서조차 거센 비난과 외면을 당할 정도의 한심한 플랜을 들고, 비참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는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자 한다는 것이고 그 한심한 노력의 일환으로 2019년부터는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벌금조차 없어지게 됐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에 대한 선택적 의료혜택이라는 차원에서 혜택의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보험 가입에 대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는 오바마케어 벌금 폐지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2,000 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플랜을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정치적 논리만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 됐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뿐입니다.
민주당이던 공화당이던 지금의 의료보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서 더 저렴한 보험료로 더 높은 수준의 의료혜택을 온 국민이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에게 이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의 목표일텐데 당리당략만 좇으면서도 말끝마다 “국민을 위해” 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는 역겹기까지 합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기가 이토록 어려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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