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강보험 환경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열악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는 노인들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롱텀케어(Long Term Care)로 불리는 중풍이나 치매환자 등 누군가 곁에서 항상 간호해야 하거나 양로 병원 등의 시설에 가야할 경우, 대부분의 건강보험이나 메디케어로는 커버 받을 수 없습니다.

 

롱텀케어는 사람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6가지 활동(밥 먹기, 옷 입기, 목욕하기, 화장실 가기, 대,소변 가리기, 침대나 의자 등으로 이동하기) 중에 두 가지 이상을 혼자서 할 수 없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중풍이나 치매가 대표적인 원인이기 때문에 65세 이상의 노인이 주로 이에 해당됩니다.

 

70세의 홍길동 씨가 중풍으로 쓰러져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됐는데, 건강보험은 가지고 있다면 홍길동 씨는 아래의 4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될 것입니다.

 

1. 정부의 메디케이드(Medi-Cal)를 가지고 있는 경우

열악한 환경이긴 하지만 정부에서 운영, 지원하는 양로병원(Nurshing Home)에 입원할 수 있고 환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없습니다. California DHCS 에 따르면 현재 California 의 65세 이상 인구 중에 Medi-Cal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0.9%(2015년 기준)  입니다.

 

2. 정부 Original 메디케어를 가지고 있는 경우

메디케어는 Long Term Care 에 대해 전혀 커버하지 않습니다. 다만 입원해서 퇴원하거나 양로병원으로 옮길 때까지 Skilled nursing facility 에 있는 것까지는 Cover 가 가능 합니다.(입원 후 처음 20일까지는 $1,364을 내야하고 21일부터는 매일 $170.50을 내는데 최장 100일 까지만 가능합니다)

 

3.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파트C)을 가지고 있는 경우

회사에 따라 Long Term Care 비용의 일부를 커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커버하지 않고 커버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일부분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습니다.

 

4. 메디케어 서플리먼트 플랜(Plan F)을 가지고 있는 경우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의 경우와 같이 회사에 따라 Long Term Care 비용의 일부를 커버하는 경우가 있지만 역시 극히 제한적입니다.

 

결국 홍길동 씨가 Medi-Cal(메디케이드) 이외의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을 경우, 건강보험으로는 롱텀케어를 거의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족 중 누군가가 홍길동 씨를 24시간 집에서 간호하거나 양로병원에 비용을 지불하고 입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California 의 경우 양로병원(Nurshing Home) 하루 평균 입원비는 $290이고 연 평균 비용은 $110,000 입니다(2017년 기준 Office of Statewide Health Planning and Development's LTC Annual Financial Data Profile report). 롱텀케어에 해당될 경우 남자는 평균 2.2년, 여자는 3.7년의 서비스를 받는데 이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남자는 $242,000 그리고 여자는 $407,000을 롱텀케어 비용으로 지출하게 됩니다(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Research 2015).

 

이러한 엄청난 롱텀케어 비용을 대비해서 롱텀케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데, 미국에 거주하는 5,000만이 넘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에 롱텀케어에 가입한 사람은 약 720만 명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합니다.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65가 되는 사람의 70% 가 앞으로 어떤 형태든 롱텀케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65세가 된 사람 10명 중에 7명은 롱텀케어가 필요한 상황이 될텐데, 캘리포니아 주민을 기준으로 이 7명 중 5.6 명은 건강보험을 통해 롱텀케어를 받을 수 없습니다(1.4명은 Medi-Cal). 그런데 이들 중 오직 0.8 명(14%) 만이 롱텀케어 보험을 가지고 있으니 4.8명은 롱텀케어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대략 2명 중 1명은 몇십만 불의 엄청난 롱텀케어 비용을 지불하고 양로병원에 입원하거나 집안 식구 중 한 사람이 24시간 집에서 간호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에서 커버되겠지, 정부가 책임져 주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위 보험 전문가라고 하는 필자의 경우도 가족 중에 롱텀케어가 필요한 상황이 생기고 보험에서 커버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고 환자를 집으로 모시고 가든지 양로병원에 입원 시키든지 하라는 최후통첩을 받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내게도 생길 수 있다는 것과 대책 없이 “어떻게 되는”일은 없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롱텀케어는 앞으로 한인 사회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 전반에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고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것입니다. 지금으로선 롱텀케어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이지만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더라도 실제 보험 가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선 롱텀케어를 취급하는 보험회사가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롱텀케어를 취급하던 회사들이 롱텀케어 보험 가입자의 Claim 이 늘고 비용이 늘어 몇 억불에서 몇십 억불 단위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롱텀케어를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롱텀케어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면서 신규 가입자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생명보험사들이 생명보험을 판매하기 위해 롱텀케어를 커버하는 옵션이 추가된 생명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는 추세라 기존의 롱텀케어 보험 가입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생명보험에 옵션으로 추가된 롱텀케어 가입이 늘고 있어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중풍으로 쓰러지거나 치매에 걸린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가족에게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가슴 아픈 일에서 그치지 않고 가정 경제가 파탄 나고 가족 간의 관계가 무너지는 더 큰 재앙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 보게 됩니다.